"여성근로자 80%, '우리나라 기업, 일·생활 균형 수준 낮다' 평가"한국여성정책연구원 양성평등정책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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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뉴스=이준영 기자] 저출생 해소를 위한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가 여전히 기업 내에선 미미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근로자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인식이 드러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일 오후 연세대학교 대우관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지속가능한 미래: 양성평등·인구·재정 정책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생활 균형 활성화를 위한 공정하고 성평등한 인사관리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강 위원은 "최근 저출산 심화 현상이 국가 위기로 인식되며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한 보상 요구가 높아지고 성별임금격차, 성별직종분리, 유리천장과 같은 구조적 성차별이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기업정보 서비스 제공기관 '잡플래닛'의 기업리뷰를 토대로 성평등 인사관리 관련 근로자 인식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분석 결과 강 위원은 "일·가정 양립 키워드는 여성에게만 작용하는 부정적 언어로 사용됐으며 해당 키워드가 더 이상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또 "직접적으로 성차별에 대한 인지나 문제의식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비정규직, 일가정 양립과 연계됐을 때 불공정이나 차별적 대우에 대한 언급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접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사관리에 대한 인식이 존재한다"고 봤다.
또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유연근로제도, 육아휴직제도 등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해당 제도를 회사에서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모든 직원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유연근로제도 21.7%, 육아휴직제도 37.9%로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로 한정하면 비율은 각각 19%, 37.6%로 비교적 낮게 조사됐다. 특히 유연근로제도는 업종, 규모, 유형 등 기업의 특성과 상관없이 대체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일·생활 균형 수준에 대한 평가에선 여성근로자 중 80.5%가 우리나라 기업의 전반적인 수준이 낮다고 답했다. 소속 회사의 수준과 관련해선 절반 이상인 60.5%가 부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육아휴직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위한 조건으로는 '육아휴직 후 원래 일하던 업무와 근무조건으로 복귀 보장'이 43.2%로 가장 높았다. 이에 강 위원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사항임에도 여전히 원직복귀 보장과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연근로제도의 경우 법으로 규정해 의무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8.3%로 가장 높았다. 인사관리 방식이나 기업 내 문화 개선보다 법적 의무화가 우선 과제로 꼽혔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강 위원은 "현재 기업의 인사관리제도는 일에 헌신하며 장시간 근로가 가능한 '이상적 근로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제도를 사용하는 여성들은 조직 내 보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결국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를 강화하게 된다"며 "인사관리 기준과 방식이 '일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근로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생활 균형제도 사용에 따른 인력공백을 고려한 인력관리방안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준수 △성과에 기반한 평가 등을 촉구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은 출산 후 경력단절이나 소득감소 등 출산 페널티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독일의 경우 공공보육 확대가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출산 페널티 감소와 경력 단절 예방에 기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포럼에 앞서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양성평등한 노동시장을 조성하고 재정을 효과적으로 투자하는 등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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