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뉴스=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몸이 1000냥(兩)이면 눈은 900냥(兩)”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눈은 우리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이다. 인간은 다른 감각에 비해 시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외부의 정보 중 70% 정도를 시각으로 받아들인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百聞不如一見)는 말도 있다. 눈은 한번 나빠지면 회복이 어려운데 최근에는 대부분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눈이 많이 피로해지면서 눈과 관련된 질환을 겪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눈은 심리 상태를 가장 잘 드러내므로 옛 부터 ‘마음의 창’이라는 시적 비유로 많이 사용되었다. 안구(眼球)는 검은자위와 흰자위로 구성되어 있다. 검은자위는 동공과 홍채로 구성되어 있으며, 검은자위 가운데 색소가 없는 부분을 눈동자 또는 동공(瞳孔)이라고 부른다. 안구는 인체에서 다양하고 가장 많은 신경들이 밀집해 있어 한마디로 신경을 압축시킨 덩어리라 할 수 있다.
안구의 겉을 이루는 막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외막은 공막이라 하며, 안구 전면부에 위치한 외막은 각막(角膜)이라고 부른다. 중간에는 색소를 함유하고 있어 암막의 커튼과 같은 역할을 하는 맥락막(脈絡膜)이 위치하며, 가장 안쪽에는 안구 뒤쪽으로 망막(網膜)이 분포되어 이곳에서 빛을 감지한다. 안구 전면부에는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水晶體), 안구 내로 유입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虹彩)가 있다.
망막은 우리 눈의 가장 안쪽에 있는 얇은 신경조직으로, 마치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며 눈으로 들어온 빛이 상(像)을 맺는 곳이다. 망막 전체에 시세포(視細胞, visual cell)가 분포되어 있지만 황반(黃斑, yellow spot)에는 특히 세포가 가장 많이 밀집돼 있어 시력의 90%를 담당한다. 사람이 색을 구별하거나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것도 모두 황반 덕분이다.
대한안과학회(Korean Ophthalmological Society)는 매년 11월 11일을 ‘눈의 날’로 기념하였으나, 2017년부터 ‘세계 눈의 날(World Sight Day)’에 맞춰 10월 두 번째 목요일로 변경하여 기념하고 있다. ‘세계 눈의 날’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실명예방기구(IAPB)의 150여 개 소속단체와 회원국가에 실명(失明)과 시각장애(視覺障礙)를 국제 공중보건의 주제로 삼고, 눈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넓히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대한안과학회는 2004년도부터는 눈의 날에 즈음하여 ‘눈은 또 하나의 생명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눈 사랑 주간’을 정하여 캠페인을 벌이로 있다. 한국실명예방재단(Eye Love Foundation)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가두 캠페인을 비롯해 무료 안검진, 어르신 눈 건강교육 등을 실시한다. 눈은 노화 속도가 가장 빠른 장기 중 하나로 이상이 생겨도 초기 증상이 적어 인지하기가 어렵다.
대한안과학회는 올해 10월 13일 제52회 ‘눈의 날’을 맞아 국민 눈 건강을 위해 안저검사(眼底檢査)를 장려하는 캠페인(“3대 실명질환, 안저검사로 한번에 빠르고 쉽게!”)을 ‘눈 사랑 주간(10월 10-16일)’에 진행했다. 3대 실명질환이란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망막병증을 말하며, 안저검사란 망막(網膜)과 시신경(視神經) 상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기본 정밀검사이다. 안저검사는 실명을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망막박리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이기도 하다.
안저검사는 특수 카메라로 동공(瞳孔, pupil)을 통해 눈 안쪽을 1초 정도 촬영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신경 부분인 망막 혈관, 시신경유두, 망막 중심부인 황반 부위 부종 상태와 함께 비정상적인 혈관 생성 여부 등을 확인한다. 또 다른 안저검사 방법으로는 안과 전문의가 검안경(檢眼鏡, ophthalmoscope)으로 검사하는 방식이 있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40세 이상에서의 실명 질환 유병률은 노인성 황반변성이 13.4%, 녹내장이 3.4%, 당뇨병 환자 중 당뇨망막병증이 19.6%로 나타났다. 이에 40대 이상이거나 안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연 1회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40대 이상에서 3대 실명질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30대 젊은 층도 고도근시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안저검사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당뇨망막병증(糖尿網膜病症, diabetic retinopathy)>이란 당뇨병에 의하여 발생한 고혈당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말초 순환 장애로 망막에 발생한 합병증을 말한다. 당뇨병 환자의 약 80%에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시력저하를 일으키고 실명을 유발하기도 한다. 당뇨병으로 인해 망막의 모세혈관이 막혀 저산소증을 일으키고 혈관 주위에 부종과 출혈을 일으킨다. 혈당관리를 철저히 해도 당뇨병이 생긴 지 20년이 지나면 대부분 당뇨망막병증이 나타난다.
진단은 망막에서 특징적인 구조변화를 관찰하여 이루어진다. 이 변화는 안저검사에서 관찰되는데, 미세혈관류, 망막 출혈, 경성 삼출물, 황반부종 등이 관찰 될 때 배경당뇨망막병증으로 부르며, 혈관폐쇄가 더 진행되어 세동맥까지 포함되면 증식당뇨망막병증으로의 진행 가능성이 더 높아져 전증식당뇨망막병증으로 부른다. 이 두 경우를 합쳐서 비증식당뇨망막병증이라 한다.
한편 광범위한 혈관 폐쇄에 따르는 허혈 상태가 오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혈관내피세포의 증식이 일어나 신생혈관을 만드는데, 이런 증식이 망막의 내경계막을 넘어 진행되면 증식당뇨망막병증이라고 부른다. 안저검사 외에도 형광안저혈관조영을 통하여 당뇨망막병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혈관에서의 누출과 혈관폐쇄를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정상범위로 유지하는 집중치료가 필요하다. 당화혈색소를 평균 7%로 감소시킨 집중치료가 평균 7.9%인 보통치료에 비해 25%의 미세혈관 합병증 예방효과를 보였고, 레이저 광응고술 필요성을 2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증식당뇨망막병증이 있는 경우 범망막광응고 치료를 시행하여야 한다.
<녹내장(綠內障, glaucoma)>은 진행하는 시신경 병증으로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고 해당하는 시야의 결손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시신경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여 ‘보게 하는 신경’이다. 시신경이 약해지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실명에 이르는 질환으로 ‘눈의 치매’라 불린다.
‘개방각 녹내장’은 전방각이 닫히지 않고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한 채 발생하는 녹내장을 말하며, ‘폐쇄각 녹내장’은 갑자기 상승한 후방압력 때문에 홍채가 각막쪽으로 이동하여 전방각이 폐쇄되어 발생하는 녹내장을 말한다. 전방각이란 각막의 후면과 홍채의 전면이 이루는 각을 말하며, 이것이 눌리면 방수(放水)가 배출되는 통로가 막히게 되므로 안압이 빠르게 상승하게 된다.
녹내장 발병의 주요 원인은 안압(眼壓) 상승으로 인한 시신경의 손상이다. 안압이란 눈(안구)의 압력을 말하며 정상범위는 10-21mmHg이다. 안압이 너무 낮으면 안구 자체가 작아지는 안구 위축이올 수 있고, 너무 높으면 시신경이 손상된다. 안압은 주로 방수 순환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방수란 눈 안에서 생성되는 물로,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눈 내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방수는 홍채 뒤쪽의 모양체라는 조직에서 매일 조금씩 생성되며, 생성된 양만큼 순환을 통해 눈 외부로 배출되는 흐름을 갖는다. 방수가 너무 많이 생성되거나 흐름에 장애가 생겨 배출이 적어질 경우 눈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안압이 상승되어 녹내장이 생긴다.
우리나라 50-60대는 특히 ‘정상안압 녹내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안압은 정상인데 녹내장이 생기는 경우다. 사람에 따라 시신경이 견뎌내는 안압이 다르다. 최근에는 유전적 요인에 근시의 증가, 근거리 전자기기 사용 등으로 젊은 연령층에서도 녹내장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녹내장의 증상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누며, 급성 녹내장은 전체 녹내장의 약 10% 정도이며, 안압이 갑자기 상승하면서 시력 감소, 두통, 구토,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므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시신경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예고 없는 시신경 살인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떨어뜨려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점안약, 경구약, 주사제 등을 통해 치료를 한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법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
<황반변성(黃斑變性, macular degeneration)>이란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부에 변화가 생겨 시력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황반이란 망막 가운데 있는 신경조직으로 시각세포 대부분이 모여 있어 시력을 담당한다. 이에 황반을 ‘눈 속의 눈’이라 부른다. 황반은 노화, 유전적요인 등에 의해 이상이 생기면 ‘황반변성’이 발생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우리나라 실명 원인 1위로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가장 주의해야 할 안질환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 수가 많아 졌다. 국민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황반변성 환자 수는 2017년 16만4818명에서 2020년 20만1376명으로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내 녹내장 증가율이 10.7%이고, 당뇨망막병증은 수치 변화가 없었던 데 비해 3대 실명원인질환 중에서 황반변성이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인 것이다.
황반변성은 건성(乾性)황반변성과 습성(濕性)황반변성 두 종류로 구분된다. 건성 황반변성은 망막 밑에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쌓이면서 시세포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것이다. 노폐물이 심해지고 망막이 위축되는 말기단계에는 시력이 심각하게 손상된다.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밑에 생긴 신생혈관에서 발생한 출혈이나 부종이 망막구조를 빠르게 손상시켜 발병하며, 발생 초기부터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초기 황반변성이 있는 경우 눈에 좋은 영양제(비타민C, 비타민E, 아연, 구리, 루테인, 제아잔틴), 자외선 차단, 식생활 개선(등푸른 생선, 녹황색 채소) 등이 진행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치료는 건성황반변성의 경우 대부분 항산화제를 복용하는 예방적인 치료로 진행을 늦추게 한다. 습성황반변성의 경우 신생혈관 억제를 위한 항체주사, 광역학치료, 레이저 치료 등을 한다. 가능하면 진단을 빨리하고 조기에 이런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반변성은 망막에 존재하는 황반이 여러 원인에 의해 변성돼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물체의 중앙이 보이지 않게 되는 ‘중심암점’과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변형시’다. 단, 이러한 증상은 두 눈이 동시에 볼 때 자각하기 어려우므로 한 눈씩 가리며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Amsler grid)를 이용하면 황반변성의 전조증상을 더욱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물체 중간이 검게 보이거나, 찌그러져 보이는 등의 증상을 단순 노안(老眼)으로 여겨 방치하다가 실명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주요 원인으로 노화와 자외선, 흡연 등이 꼽힌다.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황반변성 유병율이 2.2배 증가하며, 고혈압 환자에서는 위험도가 45% 증가한다. 항산화제(抗酸化劑)와 루테인(lutein) 섭취가 부족한 사람의 위험도는 2배 이상 증가한다.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등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낀 뒤에 병원을 찾으면 치료가 어려운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 실명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에 예방이 가능한 3대 실명질환을 전국 2500 곳 안과에서 연 1회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100세시대 ‘눈’건강의 중요 포인트는 건강한 ‘망막’을 지키는 것이다. S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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