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재해로 태아 건강 손상 시 산재보상은?

황영화 기자 | 기사입력 2019/01/29 [13:44]

업무재해로 태아 건강 손상 시 산재보상은?

황영화 기자 | 입력 : 2019/01/29 [13:44]
 


"헌법, 모성·여성 노동 특별 보호 규정해"

요양급여 반려 취소소송 재판부에 의견
"귀책사유 없는 여성 노동자 책임 전가"

 

[소비자고발뉴스=황영화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업무상 재해로 여성 노동자의 태아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29일 내놨다.

이같은 판단의 시발점이 된 건 2009~2010년 제주의료원 근무 중 임신한 간호사들이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 약품을 직·간접적으로 취급, 유산하거나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동을 출산한 사건이다.

이중 선천성 심장질환 아동을 출산한 간호사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반려되자 2014년 2월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이 소송은 대법원 계류 중이다.

인권위는 해당 소송이 선천성 심장질환 아동을 낳은 여성 노동자와 그 아동의 전 생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결과에 따라 향후 유사 소송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는 등 인권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라고 판단, 담당 재판부에 이 같은 인권위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헌법이 규정하는 모성과 여성 노동의 특별보호, 국제인권기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정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임신한 여성 노동자와 태아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특별히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태아 시기 심장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일부 질병의 특성상 출산 후 진단될 수밖에 없고 당시 태아가 모체와 분리될 수 없는 동일체인 점을 고려, 1심 판단과 같이 태아의 건강 손상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이 태아의 권리 및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14년 12월 "임신 중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해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상 임신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6년 5월 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산재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 본인에 한정된다"며 "출산으로 어머니와 아이가 분리되는 이상 선천적 질병은 출산아가 지닌 것으로 업무상 재해도 아이에 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임신부는 임신과 출산으로 건강상 많은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태아의 건강 손상이 발생하면 진료횟수 증가, 경제적·정신적 고통 등을 겪는다"며 "태아 건강 손상의 경우 형식적으로 법을 해석해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귀책사유 없는 여성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이 사건 소송 참고 자료로 위원회 결정례, 관련 입법안 발의 현황, 여성가족부의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 결과 등을 제시했다"며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여성 노동자의 모성이 보호되고 기본권이 신장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GN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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